아직 새벽이야
할머니 댁을 방문하고 파리로 향하는 셀린느는 기차 내에서 부부싸움으로 시끄러운 독일 커플을 피하려 자리를 옮기다 미국인 청년 제시와 우연히 이야기를 나누게 됩니다. 잠깐의 인사로 시작된 둘의 대화는 어느덧 두 남녀의 유년기 이야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되고, 둘은 서로에 대한 이유 모를 호기심과 친밀감을 갖게 되며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다음날 비엔나에서 아침 미국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제시는 아쉬운 마음에 셀린느에게 함께 비엔나에 내리자고 말을 건넵니다.
그런 제시가 싫지 않았던 셀린느는 마음이 가는대로 비엔나에서 내리게 되고 둘은 뚜렷한 목적지 없이 비엔나의 곳곳을 걸으며 대화를 계속합니다. 마치 연인처럼 오래된 레코드숍을 가기도 하고, 카페테리아, 프라우터 공원, 다뉴브강의 선상 레스토랑을 지나며 거리의 시인도 만나고 손금 봐주는 여인을 만나며 데이트를 하며 각자의 유년기와 사랑관, 미래에 대한 가치관 등 진지하거나 혹은 가벼운 대화들로 서로를 이야기 하고 알아가게 됩니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만남이지만 서로는 오래된 연인처럼 사랑의 감정이 싹트고 있음을 느끼며, 동시에 내일 아침이면 헤어져야 할 것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 등 복잡한 감정을 갖게 됩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찾아온 아침. 제시는 셀린느를 기차역까지 데려다 주며 이별의 순간이 다가오자 둘은 6개월 뒤 그 곳에서 만날 때까지 편지나 전화 한 통 하지 않기로 약속을 한 뒤 헤어지며 그들의 짧고 아름다운 만남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마무리 하게 됩니다.
지극히 판타지스럽지만, 지극히 일상적인
셀린느와 제시가 열차에서 처음만나 대화를 시작하는 장면은 이야기의 시작이자 가장 매력적인 순간으로, 이 영화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장 잘 설명한다고 생각합니다. 판타지 같지 않은 판타지영화, 비포선라이즈를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현실적으로 100% 불가능하다고 말 할 수는 없지만 셀린느와 제시처럼 여행에 우연히 만난 상대와 사랑에 빠지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요? 그러므로 판타지의 요소를 갖춘 로맨스 영화로 볼 수 있으며, 이 판타지의 시작점인 두사람의 만남이 인상깊었습니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볼수록 판타지적인 요소들을 점점 잊게 만듭니다. 러닝타임 내내 셀린느와 제시는 서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발 가는대로, 마음 가는대로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이어가는 모습이 지극히 평범하게 그려지기 때문입니다. 또한 만남의 순간부터 시간을 점프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이어가며 둘의 하룻밤 이야기를 천천히 풀어갑니다. 이러한 접근 덕분에 관객은 두 사람의 만남이 다소 판타지적일지라도, 두 사람의 진솔한 대화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됩니다.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비포 선라이즈는 대화와 감정이 중요한 영화인 만큼, 많은 명대사들이 있기 때문에 셀린느와 제시가 두사람의 만남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서로에대한 마음을 표현했던 대사 몇문장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If there’s any kind of magic in this world, it must be in the attempt of understanding someone, sharing something. I know, it’s almost impossible to succeed, but who cares, really?
The answer must be in the attempt."
이 세상에 어떤 마법이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시도와 무언가를 공유하려는 시도에서 나올 것이다. 나는 성공하기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정말로 신경 쓰지 않는다. 그 답은 시도에 있는 것일 테니까.
"I know that’s it’s not really a question of love or anything,
but just having this conversation and meeting you has been the highlight of my year."
사랑의 문제라기보다는, 이렇게 대화를 나누고 당신을 만난 것이
내 올해의 하이라이트였다는 것을 알고 있어요.
이 대사들은 영화의 주제를 잘 표현하며, 셀린느와 제시의 깊은 감정과 서로에 대한 이해를 잘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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