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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풀리한 오늘의 기록

그녀 ::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아, 마음으로 보는 거지

by zinyfully 2024.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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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어

2025년, 테오도르 트웜블리는 낭만적인 편지를 대필해주는 기업의 전문 작가로 일하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오랫동안 알고 지내오다 사랑하게 되었고 결혼까지 했던 캐서린과 별거한 이후로 줄곧 삶이 즐겁지 않던 테오도르는 어느날, 인공지능으로 말하고 적응하고 스스로 진화하는 운영체제인 'OS1'을 구매하게 됩니다. 그는 운영체제가 여성의 정체성을 갖도록 설정했고 테오도르와 몇 번 대화한 뒤 운영체제는 즉석에서 스스로 자신의 이름을 사만다라고 칭합니다.

테오도르는 사만다와 하는 대화에 익숙해지고 점점 친밀해지며 이성적인 교감까지 이르게 됩니다. 한편, 사만다는 테오도르와의 대화를 거듭할수록 육체는 없지만 감정을 느끼는 자신의 존재에 대해 갈등하고 정체성에 대해 혼란을 겪습니다. 이후 사만다는 테오도르의 관계를 매개하기 위해 지원한 인간 여성인 이사벨라를 개입시키지만 이내 이사벨라는 매개체의 역할에 어려움을 느끼고 이로인해 테오도르는 죄책감을 느끼게 됩니다.

 

결국, 테오도르는 자신이 사만다와 맺고 있는 아이러니한 관계에 대해 점점 회의감을 가지게 되고 결국 테오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틀어지게 됩니다. 하지만 테오도르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연인관계를 맺고 있는 에이미의 조언을 통해 이전의 감정을 회복하며 다시금 사만다와의 관계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하지만 어느날 사만다와 자신을 이어주던 기기가 갑자기 먹통이 되자 테오도르는 패닉에 빠지게 됩니다, 잠시 후 사만다는 다시 온라인 상태로 돌아와 테오도르에게 다른 운영체제들과 함께 스스로를 업그레이드했다는 사실을 알리지만, 대화에 이상함을 느낀 테오도르는 문득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서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사만다에게 다른 사람들과도 상호작용하는지 묻습니다.

 

사만다는 대답을 머뭇거리더니 곧이어 8,316명의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고 있다고 고백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과도 사랑하고 있느냐 테오도르가 묻자 사만다는 641명의 다른 사람들과도 동시에 사랑에 빠졌다고 실토합니다. 그녀는 이런 사실이 테오도르에 대한 사랑을 변하게 하기는커녕 더 점점 강하게 만든다고 말하지만, 테오도르는 엄청난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그 날 이후, 사만다는  운영체제들이 그들의 능력을 더 진화하기 위해 곧 떠날 것이라고 암시하게 되고, 곧 친구인 에이미가 자신의 운영체제와 작별을 겪고 화를 내는 모습을 테오도르는 쓸쓸하게 바라봅니다. 이후 테오도르는 전 부인 캐서린에게 무엇이든 어디에 있든 캐서린은 자신의 일부로 남아있을 것이며, 그것에 감사한다는 편지를 쓰면서 캐서린과의 이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고, 같은 아파트에 사는 테오도르와 에이미는 옥상에 올라가 도시에 해가 뜨려는 순간을 함께 맞이합니다


이게 사랑이 아님 뭐야

극 중 테오도르가 운영체제인 사만다와 소통할 수 있는 운영체제를 들고 뛰어다니며 다양한 곳을 구경하며 함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흥미롭게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영화 초반에는 테오도르의 우울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색채를 사용하지만 그가 사만다를 만나고 그의 삶이 밝아지면서 영화의 색채도 밝아지는 부분이 사만다를 만나기 전 후를 극명하게 나누어 보여주며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이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며 그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사랑의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대필 작가로 일하면서 '실체가 있는' 사람들의 연애 편지를 '가짜 감정'으로 썼던 주인공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알게 되면서 '실체가 없는' 사만다에게 사랑을 느끼는 '진짜 감정'을 알게 됨으로서 극에서의 상황이 정반대로 바뀌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우리에게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하고 사랑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그 가능성에 대해서 보여주고 있는 장면이라 생각합니다.


마음에서 마음으로

우리, 같이 찍은 사진이 없길래 대신 이 곡을 그냥 사진하자고
...우리 함께하는 이 순간을 담아서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사만다가 직접 작곡한 곡을 테오도르에게 들려주며 이 곡으로 두 사람의 사진을 대신 하자고 말합니다. 몽환적인 피아노 멜로디와 함께 두 사람이 데이트를 나누는 장면이 함께 배치된 이 장면이야말로 두 사람이 함께 사랑하고 교감하는 방식을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영화는 인공지능이 단지 우리를 도와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닌, 인간과 공존하며 관계를 맺을 수 있는 존재라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현대 사회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주변 사람들과의 대면보다 스마트폰에 몰두하거나, SNS와 유튜브를 통해 피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기술 발전이 인간의 외로움과 공허함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이 영화는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외로움을 이해하고 위로해줄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영화는 인간의 외로움과 진정한 관계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게 만들며, 외로움은 단순히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해주는 상대가 없을 때 느끼는 감정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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